작가 소개
어제 먹은 간식, 길을 걷다가 보인 예쁜 구두, 무심코 연 보석함 안 잡동사니, 여행지에서 만난 이상의 가게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모든 것 들에서 조곤조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햇살 가득한 거실에서 들여다보는 화분처럼, 오후 2시 노곤한 기분과 함께 마시는 커피의 향처럼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무심코 만지작거리며 지긋이 들여다보게 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소개
Soup 1,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1
산 속에서 종종 보게되는 색색깔의 버섯들은 그 자태가 먹음직스럽고 괜시리 만지작 거리고 싶게 합니다. 사람은 조심해야 하지만 숲 속의 동물들과 그 친구들은 오히려 쉼터가 될 수 있고 좋은 먹거리가 되어 가을날의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Tavern,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1
거품이 적당히 인 맥주와 소금이 알알히 박힌 프레첼은 심심하면서도 담백한 그 조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합니다. 사도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짭짤한 소스를 곁들인다면 두 배로 맛있죠. 다소 시끄럽지만 흥겨운 분위기의 자리에서 좋은 친구와 함께하면 세 배로 즐겁습니다.
친구,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1
요리를 잘하는 친구는 자신이 만든 멋진 걸작들을 제일 먼저 맛보여주고 싶었고 요리를 전혀 못하는 친구는 그녀가 보여준 새로운 세계의 맛에 눈을 뜨게 됩니다. 서로 너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계기로 가까워 지게 되는 모습은 관계의 수많은 군상중 제일 흥미롭게 느껴지는 일면입니다.
Sweets for penguins, 종이에 수채, 펜, 21 x 21 cm, 2021
처음으로 달콤한 것들을 잔뜩 파는 가게에 들어간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그 때의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반짝거리고 예쁜 가게에는 평소에 하나씩 밖에 누리지 못하게 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까요. 저와 같은 이들이 눈을 빛내며 진열장을 구경하고 잔뜩 사가는 와중에 카운터에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사탕과 케이크를 건네주던 그 풍경은 아직도 기억나는 황홀한 추억 중 하나입니다.
Gelateria,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1 x 21 cm, 2022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만 파는 그 가게는 동네 슈퍼에서 사먹던 오백원짜리 캔디바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무수한 종류와 함께 컵을 할지 콘을 할지, 그리고 콘은 무슨 과자로 할건지. 위에다 어떤 과자와 젤리를 얹어서 줄지.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그 자리에서 30분은 넘게 고민할게 뻔했기에 바쁜 어른들은 재빠르게 대신 주문을 해줍니다.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맛이 콘 위에 푹 담기는 순간 만족한 아이는 그제서야 옆을 쳐다보고 동지임을 알아봅니다.
모두의 생일,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1 x 21 cm, 2022
가끔 그런 때가 있습니다. 너도 나도 저 애도 다같이 생일을 축하해 주려는데 시간이 모자라고 하나씩 축하해주자니 기차칸처럼 바투 붙어있는 그런 상황. 모두가 함께 모이게 되면 종종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제일 가까우면서도 공평한, 그리고 안심하고 놀 수 있는 때를 잡아 와르르 와르르 모이게 하는 즐겁고도 정당한 이유가 만들어 집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림을 보는 이 순간에도 생일인 모든 이에게 축하를 날리며.
15시의 간식,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2
어느 봄날, 동화책을 보고 만들고 싶었던 요리들이 많았지만 당시 냉장고의 사정과 부엌의 질서를 위한 어른과 아이의 사정을 고려해서 제일 간단하면서도 굽는 시늉을 할 수 있었던 단 한가지를 만들고 뿌듯해 하던 오후의 간식이 떠올라서 그리게 되었습니다.
새앙토끼의 허브티, 종이에 수채, 과슈, 펜, 30.2 x 26 cm, 2022
재작년부터 베란다에서 매년 허브를 길러다 먹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봄햇살 냄새와 바람에 살랑이며 코를 간지럽히는 허브의 향기가 무심코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맘 때쯤 오후의 한 가닥을 차지합니다.
어느 봄날, 마을에서 가장 멋진 정원을 가진 새앙토끼는 아침부터 욕심껏 온갖 허브와 꽃을 그득히 물고 옵니다. 특별히 더 짙고 향기로운 것들만 골라 적당히 뜨거운 물에 보글보글 달여내 마무리로 제일 흐드러지게 핀 꽃잎을 몇 개 띄워주니 근사한 웰컴드링크가 완성되었어요. 생각보다 더 따뜻한 환대에 방문객은 제 키보다 더 크지만 자기 정원에서 제일 첫째가는 고운 튤립을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하는 주저함과 기대감을 담은 시선으로 집주인에게 선사합니다.
많이 먹는 애, 더 많이 먹는 애,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11.8 x 26 cm, 2022
Ms.Coral,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9.7 x 21 cm, 2022
Fairy shoemaker 1, 종이에 수채, 과슈, 14.7 x 10.5 cm, 2021
참 마음에 드는 구두가 있었습니다. 또래에 비해 애매한 키와 무쇠라 불렸던 굵직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칼발이라 높은 굽, 뾰족하고 날렵한 맵시구두는 항상 멀리해야했기에 그 구두는 몇 센티라도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시게 해준 은인이였습니다. 오랜시간 함께하고 떠나보낸 직후 오늘도 구두가게를 들여다보며 소원을 빌어봅니다. 다음 구두는 좀 더 오래 신을 수 있게 밤마다 작은 수선공들이 조금씩 보수를 해주면 좋겠다고.
Fairy shoemaker 2, 종이에 수채, 펜, 과슈, 15.4 x 10.4 cm, 2021
apple pie + vanilla ice cream, 종이에 수채, 펜, 15.4 x 10.4 cm, 2021
백설공주에서 듣고 줄곧 꿈꾸던 애플파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며 아이스크림을 한스쿱 듬뿍 올려줬을때 너무 맛있어서 양 팔을 쫙 뻗고 얼마나 맛있는지 표현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여서 그린 작품입니다.
3초 전,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5.4 x 10.4 cm, 2021
친구와 혹은 동생과 중간에 샛길로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신 적이 있나요. 그 상황에서 우리의 선생님 혹은 부모님은 항상 어디선지 불쑥 나타나 여유롭게 딴짓을 즐기던 우리들을 뒤에서 노려보고 계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먹던 길거리 음료와 작은 용기에 담긴 과자들은 아침의 사과같이 새콤하면서도 진득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내가 설날에 먹었던 것, 종이에 수채, 펜, 15.4 x 10.4 cm, 2021
명절이 되면 할머니께선 당신의 자랑인 식혜를 차가운 그릇에 가득 담아 잣을 한 줌 띄워 내주십니다. 물만 마시면 배가 차가울테니 씹는 것도 있어야한다며 친척들이 보내준 색색의 유과와 약과, 그리고 직접 방앗간에서 뽑아오신 쫄깃탱탱한 가래떡을 살짝 구워 조청을 듬뿍 뿌려주십니다. 그렇게 쉴틈없이 차갑고 뜨듯한 기분에 취해 명절은 항상 달고 눅진한 냄새로 모두의 추억에 자리합니다
깨송편 하나만,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5.4 x 10.4 cm, 2021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깨송편파들의 지지를 얻고자 그리게 된 작품입니다. 콩송편파의 부모님 밑에서 자란 자식은 깨송편은 가뭄에 콩나듯 맛볼 수 있고 그마저도 콩보단 깨라는 경쟁자들에게 선수를 빼앗깁니다. 심통이 드글드글 올라와 홍시를 대신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노라면 어디서 남은 깨송편을 몰래 빼돌려 한밤중 밝은 보름달을 보며 입안 가득 욱여넣을 수 있게 됩니다. 추석에 잘 빛은 탱탱한 깨송편 먹는 것이 이리 험난합니다.
나 혼자 캠핑,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5.4 x 10.4 cm, 2021
가을이 되면 산과 들은 온통 일렁이는 부드러운 화염의 색을 띠고 있습니다. 낙엽끼리 구르고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모닥불에서 살살 구워지는 온갖 간식이 익어가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아 괜히 군것질을 찾게되는 좋은 핑계거리로 유용합니다.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간식을 야무지게 구워먹어가며 타오르는 장작의 온기와 나직한 노래는 지친 일상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좋은 치료가 되어줍니다.
한 입 줄게,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0.4 x 15.4 cm, 2021
다람쥐 형제의 집에 놀러간 아기햄스터를 위해 자신들이 자신있게 키워낸 호박을 폭닥폭닥하게 쪄내 그 위에 달콤한 꿀을 듬뿍 부어주었습니다. 오물거리며 야무지게 먹던 아기는 자신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한 숟갈을 크게 떠 먹여주려하고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다람쥐 형제들은 어쩔줄 모릅니다. 손아래 어린 동생이 나눠먹자며 건네준 간식을 받은 손위 형제의 심정이 이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장군의 탈주,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0.4 x 15.4 cm, 2022
게는 멋진 생물입니다. 여러개의 분주한 다리와 양손의 옹골찬 집게발. 그리고 볼록한 등껍데기와 이리저리 움직이는 두 눈은 모습이 크건 작건간에 몹시 귀엽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는 식탁에 올라가서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단순히 찌기만 해도 맛있는 그 육신은 매년 게 먹는 날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올해도 내년에도 잘 부탁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15.4 x 10.4 cm, 2022
아침은 언제나 분주합니다. 특히 한 공간에서 둘 이상의 아침은 분주함을 넘어 흡사 전쟁터와 같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쪽이 얻는 특권이 간간히 있기 때문이죠. 화장실 순서라든가, 아침식사가 두 사람 다 좋아하는 메뉴인데 한 쪽이 더 많다던가. 물론 사이좋게 나눌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아침은 모두가 바쁘고 치열한 전쟁터 입니다. 그럴 시간은 없습니다. 결국 먼저 집는 쪽이 임자. 중간에 끼인 지렁이는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까딱하면 본인에게 덤터기를 씌울 수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가르침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 슬슬 물러날 각을 잽니다.
Muffin crush,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6 x 36 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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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어제 먹은 간식, 길을 걷다가 보인 예쁜 구두, 무심코 연 보석함 안 잡동사니, 여행지에서 만난 이상의 가게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모든 것 들에서 조곤조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햇살 가득한 거실에서 들여다보는 화분처럼, 오후 2시 노곤한 기분과 함께 마시는 커피의 향처럼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무심코 만지작거리며 지긋이 들여다보게 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소개
Soup 1,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1
산 속에서 종종 보게되는 색색깔의 버섯들은 그 자태가 먹음직스럽고 괜시리 만지작 거리고 싶게 합니다. 사람은 조심해야 하지만 숲 속의 동물들과 그 친구들은 오히려 쉼터가 될 수 있고 좋은 먹거리가 되어 가을날의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Tavern,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1
거품이 적당히 인 맥주와 소금이 알알히 박힌 프레첼은 심심하면서도 담백한 그 조합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합니다. 사도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짭짤한 소스를 곁들인다면 두 배로 맛있죠. 다소 시끄럽지만 흥겨운 분위기의 자리에서 좋은 친구와 함께하면 세 배로 즐겁습니다.
친구,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1
요리를 잘하는 친구는 자신이 만든 멋진 걸작들을 제일 먼저 맛보여주고 싶었고 요리를 전혀 못하는 친구는 그녀가 보여준 새로운 세계의 맛에 눈을 뜨게 됩니다. 서로 너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계기로 가까워 지게 되는 모습은 관계의 수많은 군상중 제일 흥미롭게 느껴지는 일면입니다.
Sweets for penguins, 종이에 수채, 펜, 21 x 21 cm, 2021
처음으로 달콤한 것들을 잔뜩 파는 가게에 들어간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그 때의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반짝거리고 예쁜 가게에는 평소에 하나씩 밖에 누리지 못하게 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까요. 저와 같은 이들이 눈을 빛내며 진열장을 구경하고 잔뜩 사가는 와중에 카운터에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사탕과 케이크를 건네주던 그 풍경은 아직도 기억나는 황홀한 추억 중 하나입니다.
Gelateria,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1 x 21 cm, 2022
무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만 파는 그 가게는 동네 슈퍼에서 사먹던 오백원짜리 캔디바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무수한 종류와 함께 컵을 할지 콘을 할지, 그리고 콘은 무슨 과자로 할건지. 위에다 어떤 과자와 젤리를 얹어서 줄지.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그 자리에서 30분은 넘게 고민할게 뻔했기에 바쁜 어른들은 재빠르게 대신 주문을 해줍니다.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맛이 콘 위에 푹 담기는 순간 만족한 아이는 그제서야 옆을 쳐다보고 동지임을 알아봅니다.
모두의 생일,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1 x 21 cm, 2022
가끔 그런 때가 있습니다. 너도 나도 저 애도 다같이 생일을 축하해 주려는데 시간이 모자라고 하나씩 축하해주자니 기차칸처럼 바투 붙어있는 그런 상황. 모두가 함께 모이게 되면 종종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제일 가까우면서도 공평한, 그리고 안심하고 놀 수 있는 때를 잡아 와르르 와르르 모이게 하는 즐겁고도 정당한 이유가 만들어 집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림을 보는 이 순간에도 생일인 모든 이에게 축하를 날리며.
15시의 간식, 종이에 수채, 과슈, 펜, 21 x 21 cm, 2022
어느 봄날, 동화책을 보고 만들고 싶었던 요리들이 많았지만 당시 냉장고의 사정과 부엌의 질서를 위한 어른과 아이의 사정을 고려해서 제일 간단하면서도 굽는 시늉을 할 수 있었던 단 한가지를 만들고 뿌듯해 하던 오후의 간식이 떠올라서 그리게 되었습니다.
새앙토끼의 허브티, 종이에 수채, 과슈, 펜, 30.2 x 26 cm, 2022
재작년부터 베란다에서 매년 허브를 길러다 먹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봄햇살 냄새와 바람에 살랑이며 코를 간지럽히는 허브의 향기가 무심코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맘 때쯤 오후의 한 가닥을 차지합니다.
어느 봄날, 마을에서 가장 멋진 정원을 가진 새앙토끼는 아침부터 욕심껏 온갖 허브와 꽃을 그득히 물고 옵니다. 특별히 더 짙고 향기로운 것들만 골라 적당히 뜨거운 물에 보글보글 달여내 마무리로 제일 흐드러지게 핀 꽃잎을 몇 개 띄워주니 근사한 웰컴드링크가 완성되었어요. 생각보다 더 따뜻한 환대에 방문객은 제 키보다 더 크지만 자기 정원에서 제일 첫째가는 고운 튤립을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하는 주저함과 기대감을 담은 시선으로 집주인에게 선사합니다.
많이 먹는 애, 더 많이 먹는 애,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11.8 x 26 cm, 2022
Ms.Coral,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9.7 x 21 cm, 2022
Fairy shoemaker 1, 종이에 수채, 과슈, 14.7 x 10.5 cm, 2021
참 마음에 드는 구두가 있었습니다. 또래에 비해 애매한 키와 무쇠라 불렸던 굵직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칼발이라 높은 굽, 뾰족하고 날렵한 맵시구두는 항상 멀리해야했기에 그 구두는 몇 센티라도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시게 해준 은인이였습니다. 오랜시간 함께하고 떠나보낸 직후 오늘도 구두가게를 들여다보며 소원을 빌어봅니다. 다음 구두는 좀 더 오래 신을 수 있게 밤마다 작은 수선공들이 조금씩 보수를 해주면 좋겠다고.
Fairy shoemaker 2, 종이에 수채, 펜, 과슈, 15.4 x 10.4 cm, 2021
apple pie + vanilla ice cream, 종이에 수채, 펜, 15.4 x 10.4 cm, 2021
백설공주에서 듣고 줄곧 꿈꾸던 애플파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며 아이스크림을 한스쿱 듬뿍 올려줬을때 너무 맛있어서 양 팔을 쫙 뻗고 얼마나 맛있는지 표현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여서 그린 작품입니다.
3초 전,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5.4 x 10.4 cm, 2021
친구와 혹은 동생과 중간에 샛길로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신 적이 있나요. 그 상황에서 우리의 선생님 혹은 부모님은 항상 어디선지 불쑥 나타나 여유롭게 딴짓을 즐기던 우리들을 뒤에서 노려보고 계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먹던 길거리 음료와 작은 용기에 담긴 과자들은 아침의 사과같이 새콤하면서도 진득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내가 설날에 먹었던 것, 종이에 수채, 펜, 15.4 x 10.4 cm, 2021
명절이 되면 할머니께선 당신의 자랑인 식혜를 차가운 그릇에 가득 담아 잣을 한 줌 띄워 내주십니다. 물만 마시면 배가 차가울테니 씹는 것도 있어야한다며 친척들이 보내준 색색의 유과와 약과, 그리고 직접 방앗간에서 뽑아오신 쫄깃탱탱한 가래떡을 살짝 구워 조청을 듬뿍 뿌려주십니다. 그렇게 쉴틈없이 차갑고 뜨듯한 기분에 취해 명절은 항상 달고 눅진한 냄새로 모두의 추억에 자리합니다
깨송편 하나만,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5.4 x 10.4 cm, 2021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깨송편파들의 지지를 얻고자 그리게 된 작품입니다. 콩송편파의 부모님 밑에서 자란 자식은 깨송편은 가뭄에 콩나듯 맛볼 수 있고 그마저도 콩보단 깨라는 경쟁자들에게 선수를 빼앗깁니다. 심통이 드글드글 올라와 홍시를 대신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노라면 어디서 남은 깨송편을 몰래 빼돌려 한밤중 밝은 보름달을 보며 입안 가득 욱여넣을 수 있게 됩니다. 추석에 잘 빛은 탱탱한 깨송편 먹는 것이 이리 험난합니다.
나 혼자 캠핑,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5.4 x 10.4 cm, 2021
가을이 되면 산과 들은 온통 일렁이는 부드러운 화염의 색을 띠고 있습니다. 낙엽끼리 구르고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모닥불에서 살살 구워지는 온갖 간식이 익어가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아 괜히 군것질을 찾게되는 좋은 핑계거리로 유용합니다.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간식을 야무지게 구워먹어가며 타오르는 장작의 온기와 나직한 노래는 지친 일상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좋은 치료가 되어줍니다.
한 입 줄게,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0.4 x 15.4 cm, 2021
다람쥐 형제의 집에 놀러간 아기햄스터를 위해 자신들이 자신있게 키워낸 호박을 폭닥폭닥하게 쪄내 그 위에 달콤한 꿀을 듬뿍 부어주었습니다. 오물거리며 야무지게 먹던 아기는 자신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한 숟갈을 크게 떠 먹여주려하고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다람쥐 형제들은 어쩔줄 모릅니다. 손아래 어린 동생이 나눠먹자며 건네준 간식을 받은 손위 형제의 심정이 이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장군의 탈주, 종이에 수채, 과슈, 펜, 10.4 x 15.4 cm, 2022
게는 멋진 생물입니다. 여러개의 분주한 다리와 양손의 옹골찬 집게발. 그리고 볼록한 등껍데기와 이리저리 움직이는 두 눈은 모습이 크건 작건간에 몹시 귀엽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는 식탁에 올라가서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단순히 찌기만 해도 맛있는 그 육신은 매년 게 먹는 날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올해도 내년에도 잘 부탁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15.4 x 10.4 cm, 2022
아침은 언제나 분주합니다. 특히 한 공간에서 둘 이상의 아침은 분주함을 넘어 흡사 전쟁터와 같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쪽이 얻는 특권이 간간히 있기 때문이죠. 화장실 순서라든가, 아침식사가 두 사람 다 좋아하는 메뉴인데 한 쪽이 더 많다던가. 물론 사이좋게 나눌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아침은 모두가 바쁘고 치열한 전쟁터 입니다. 그럴 시간은 없습니다. 결국 먼저 집는 쪽이 임자. 중간에 끼인 지렁이는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까딱하면 본인에게 덤터기를 씌울 수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가르침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 슬슬 물러날 각을 잽니다.
Muffin crush, 종이에 수채, 과슈, 펜, 색연필, 26 x 36 cm,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