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맡겨지다시피한 미술 학원에서 한글을 그려배웠다. 서양화, 2D애니메이션 전공, 그 외 그래픽 디자인, 의류 제작 등을 배웠지만, 한 분야에 갇히는 게 싫었고, 종합 예술이라 판단된 영화 일에 뛰어들어 영화 미술 스태프로 8년(2013~2020) 일했다.
다양한 미술 작업을 접했고,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도 했지만, 프로젝트마다 100명 이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하며, 영화적 스토리, 컨셉 등 작품에 대한 고민보다, 인간과 사회, 가치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 됐다.
단순한 지침과 힘듦, 일시적인 실증이나 번아웃이 아니라, 표현하고자 함은 해소되지 않은 채, 불행을 견디는 나를 마주했다. 8년, 그보다도 한참 이전부터의 불행. 불행을 견디면서까지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버티고 난 후, 도달한 미래는 불행하지 않을 것인가?
적신호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내면의 무의식, 불안, 공포, 결핍에 집중하며 기록한 불안 노트가 레피카 [낮과 밤] 전시를 만나 조심스레 꺼냄을 시작한다.
작품 소개
악몽은 낯설다. 평범한 일상 속, 내가 생각해 본 적 없는 기이한 장소, 기이한 모습, 기이한 이야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충분히 버티는 줄 알았던 나에게 어떤 불안과 아픔이 있는지, 나보다도 깊이 나를 들여다보고 보살핀다. 어둠에 깊게 집중할수록 나는 선명해진다.
어둠, 솔직한 내면의 감정, 무의식, 그리고 꿈. 죽어있지만 살아있는 ‘밤’을 그려 살아 움직이지만, 가만히 죽어있기도 한 ‘낮’을 통해 일상, 밖으로의 표현(전시)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무력감, Acrylic on canvas, 130.3 x 97.0 cm, 2022
아주 어릴 때 보았던, 공포의 존재가 다시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질서 없는 어수선함을 넘어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까마귀.
자세히 보면 까마귀가 아니다.
제각각의 색깔을 뽐내며 활발히 움직이는 어두운 새들.
전부를 잃고 ‘괜찮아지겠지.’ 외면하며 버틴 1년, 상태는 악화되었고,
약해진 나는 뜯어먹기 좋은 고깃덩이였는지, 세상은 숨 쉴 틈 없이 나를 다그쳤다.
결국 진행되던 삶의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져 어딘지 알 수 없는 곳,
안개인지, 모래바람인지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할 정도로
눈앞이 뿌연 황야의 세계로 가라앉았다.
무의식 속 떠오르는 흐릿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휘저어 옮긴다.
개운함이 들 때까지 고찰하고 재해석하면서 나를 들여다본다.
미쳐 날뛰는 새들은 나의 공포이자, 나를 괴롭히는 존재,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다.
돌덩이처럼 무겁게 기력 없이 멈추어있는 코뿔소는, ‘나의 육체’
금방이라도 사라 질 듯 희미한 작은 아이 ‘나의 영혼’이, 코뿔소 곁을 지키듯 곧게 서서,
세상을 가만히 보고 있다.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는 새들에게 영역을 빼앗기면서도,
‘생명’을 잃지 않으려 끝까지 하얀 빛을 뿜으며 애쓰고 있다.
미쳐 날뛰는 세상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줄 알았던 나는,
중심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외침,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3 x 97.0 cm, 2022
어릴 때 시멘트 바닥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한정된 시간 안에 선택 받지 못하는, 노력해도 넘지 못할 ‘한계’에 대한 공포를 떠올린 적이 있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게 사라지는 방법이겠구나.’
그러자, 어릴 때 떠올린 공포가 악몽으로 나타났다. 마르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 앞으로 코를 박고 넘어져, 손과 발이 묶인 채로 굳어가는 나. 살려 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소리를 내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 세상 누구도 사라져 가는 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아무렇지 않은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일상이라는 공포.
도망,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It is covered with dirty fur like a bison.
And moved like a fierce dog.
But he looked like a human being.
Someone who's been hiding for a long time.
Someone told me to run away to a small hole
in the concrete wall.
A hole that's small enough for your body tight.
The passage might be endless.
What should I do?😰
들소처럼 엉망인 털로 뒤덮여
사나운 개처럼 움직였지만,
그건 사람 같았어요.
은둔생활을 하던 사람.
누군가 콘크리트 벽, 높은 곳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도망가라고 했어요.
몸에 꽉 끼일 정도로 작은 구멍.
그 통로는 끝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떡하지?
사라지는,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시멘트 바닥에 박힌 채로
살려 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굳어가는
나를 제외하고 흘러가는 일상이라는 공포.
상실감,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한순간에 사라졌고,
소용없는 구멍 만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며 고통을 붙잡는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공중유예,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I’m scared.
People and being alone.
I don't have the courage to catch it.
I don't even have the courage to put it down.
I don't know where I am right now.
I don't even know where I'm going.
무섭다.
사람들과 있는 것(사회의 일원)도, 혼자가 되는 것도.
잡을 용기도, 놓을 용기도 없다.
지금 이곳은 어디인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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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맡겨지다시피한 미술 학원에서 한글을 그려배웠다. 서양화, 2D애니메이션 전공, 그 외 그래픽 디자인, 의류 제작 등을 배웠지만, 한 분야에 갇히는 게 싫었고, 종합 예술이라 판단된 영화 일에 뛰어들어 영화 미술 스태프로 8년(2013~2020) 일했다.
다양한 미술 작업을 접했고,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도 했지만, 프로젝트마다 100명 이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하며, 영화적 스토리, 컨셉 등 작품에 대한 고민보다, 인간과 사회, 가치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 됐다.
단순한 지침과 힘듦, 일시적인 실증이나 번아웃이 아니라, 표현하고자 함은 해소되지 않은 채, 불행을 견디는 나를 마주했다. 8년, 그보다도 한참 이전부터의 불행. 불행을 견디면서까지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버티고 난 후, 도달한 미래는 불행하지 않을 것인가?
적신호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내면의 무의식, 불안, 공포, 결핍에 집중하며 기록한 불안 노트가 레피카 [낮과 밤] 전시를 만나 조심스레 꺼냄을 시작한다.
작품 소개
악몽은 낯설다. 평범한 일상 속, 내가 생각해 본 적 없는 기이한 장소, 기이한 모습, 기이한 이야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충분히 버티는 줄 알았던 나에게 어떤 불안과 아픔이 있는지, 나보다도 깊이 나를 들여다보고 보살핀다. 어둠에 깊게 집중할수록 나는 선명해진다.
어둠, 솔직한 내면의 감정, 무의식, 그리고 꿈. 죽어있지만 살아있는 ‘밤’을 그려 살아 움직이지만, 가만히 죽어있기도 한 ‘낮’을 통해 일상, 밖으로의 표현(전시)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무력감, Acrylic on canvas, 130.3 x 97.0 cm, 2022
아주 어릴 때 보았던, 공포의 존재가 다시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질서 없는 어수선함을 넘어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까마귀.
자세히 보면 까마귀가 아니다.
제각각의 색깔을 뽐내며 활발히 움직이는 어두운 새들.
전부를 잃고 ‘괜찮아지겠지.’ 외면하며 버틴 1년, 상태는 악화되었고,
약해진 나는 뜯어먹기 좋은 고깃덩이였는지, 세상은 숨 쉴 틈 없이 나를 다그쳤다.
결국 진행되던 삶의 모든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져 어딘지 알 수 없는 곳,
안개인지, 모래바람인지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할 정도로
눈앞이 뿌연 황야의 세계로 가라앉았다.
무의식 속 떠오르는 흐릿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휘저어 옮긴다.
개운함이 들 때까지 고찰하고 재해석하면서 나를 들여다본다.
미쳐 날뛰는 새들은 나의 공포이자, 나를 괴롭히는 존재,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다.
돌덩이처럼 무겁게 기력 없이 멈추어있는 코뿔소는, ‘나의 육체’
금방이라도 사라 질 듯 희미한 작은 아이 ‘나의 영혼’이, 코뿔소 곁을 지키듯 곧게 서서,
세상을 가만히 보고 있다.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는 새들에게 영역을 빼앗기면서도,
‘생명’을 잃지 않으려 끝까지 하얀 빛을 뿜으며 애쓰고 있다.
미쳐 날뛰는 세상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줄 알았던 나는,
중심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외침,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3 x 97.0 cm, 2022
어릴 때 시멘트 바닥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한정된 시간 안에 선택 받지 못하는, 노력해도 넘지 못할 ‘한계’에 대한 공포를 떠올린 적이 있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게 사라지는 방법이겠구나.’
그러자, 어릴 때 떠올린 공포가 악몽으로 나타났다. 마르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 앞으로 코를 박고 넘어져, 손과 발이 묶인 채로 굳어가는 나. 살려 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소리를 내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 세상 누구도 사라져 가는 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아무렇지 않은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일상이라는 공포.
도망,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It is covered with dirty fur like a bison.
And moved like a fierce dog.
But he looked like a human being.
Someone who's been hiding for a long time.
Someone told me to run away to a small hole
in the concrete wall.
A hole that's small enough for your body tight.
The passage might be endless.
What should I do?😰
들소처럼 엉망인 털로 뒤덮여
사나운 개처럼 움직였지만,
그건 사람 같았어요.
은둔생활을 하던 사람.
누군가 콘크리트 벽, 높은 곳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도망가라고 했어요.
몸에 꽉 끼일 정도로 작은 구멍.
그 통로는 끝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떡하지?
사라지는,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시멘트 바닥에 박힌 채로
살려 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굳어가는
나를 제외하고 흘러가는 일상이라는 공포.
상실감,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한순간에 사라졌고,
소용없는 구멍 만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며 고통을 붙잡는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공중유예, Acrylic and oil on canvas, 40.9 x 31.8 cm, 2022
I’m scared.
People and being alone.
I don't have the courage to catch it.
I don't even have the courage to put it down.
I don't know where I am right now.
I don't even know where I'm going.
무섭다.
사람들과 있는 것(사회의 일원)도, 혼자가 되는 것도.
잡을 용기도, 놓을 용기도 없다.
지금 이곳은 어디인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